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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일기/백합책꽂이

[책만 보는 바보]-이덕무

 책만보는 바보

자주 썼던 핑계 이기도  책을 들고 있으니 눈이 자꾸 아른 거린다 자연의 파란색으로 충전 해야 겠다
약한 몸으로 찾아온 화분에 심어 놓은 고추 한 포기에 영양 시비를 하고 쏟는 정 만큼 물을 뜸뿍 준다
따가운 햇살을 담담하게 견디는 개망초의 청아함이 흐릿한 눈을 씻겨 주는듯 금새 촛점이 잡힌다 
고추 옆에서 벗이 되어 주었던 것일까 약해로 심하게 오므려져 안스러웠던 잎의 회복도 무척 빠르다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렀던 이덕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지음

유난히 벗을 아꼈던 그 분의 마음에 숙연해진 나 국화과의 두 해살이 풀인 개망초를 작은 화병에 담아 책 옆에 놓는다 
본인과 같은 서자 출신의 사람들에게 백성들이 마음의 뿌리로 여기며 살았던 오륜 중에서 유독 "붕우유신" 만이
공평한 자리를 내 준 항목이라며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벗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 두었다는 말이 더욱 짠하다
그런 벗들에게 가는 길을 제 그림자로 다리를 만들어 준다고 여긴 백탑(원각사지 삼층석탑) 또한 그분 마음의 큰 벗이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들 끼리만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대목이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옛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고 내 안에 스며든 감동 만큼 그분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고
그 분들의 소망이 내 삶속에서 이루어진 것이 있다면 내 시간을 나눠 받은 만큼 더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오랜만에 백합 책꽂이에 책을 꽂으니 연초에 공개적으로 세웠던 계획이 부끄러음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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